납 무게만 17톤---3200만 개 활자의 위용
파주 활판인쇄박물관 개관
활자·주조기·활판인쇄기 등
60~70년대 장비 가져와 선봬
활자·주조기·활판인쇄기 등
60~70년대 장비 가져와 선봬
사라져 가는 활판 인쇄 문화를 되살리고 새롭게 활용하는 박물관이 생겼다. 도서출판 아시아가 29일 경기 파주시에 문을 연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이 그곳.
이 박물관은 납 무게만으로도 17톤이 넘는 3200만여개 활자와 활자를 만드는 주조기, 활판인쇄기와 재단기, 제본기 등을 갖추었다. 1969년부터 전북 전주에서 운영해 온 제일활자의 활자와 주조기, 그리고 1972년 대구에 세워진 봉진인쇄의 활판인쇄장비와 절단기 등을 옮겨 왔다. 접지기와 정합기(페이지를 차례로 맞추는 기계), 압축기, 사철기(책등을 꿰매서 묶는 기계) 등 제책 장비와 한국 전통 한지를 만드는 ‘조지소’도 구비했다.
아시아출판사는 박물관 개관에 맞추어 첫 책으로 한·영 대역시집 <시를 새기다>를 300부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김영랑 등의 대표 시 15편과 영역본을 함께 실은 것으로, ‘케이-포트’ 시리즈의 제1권이다. 고은 시인의 자선 시선 영역본이 이 시리즈 2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박물관은 파주출판도시 롯데아울렛 옆의 본관과 ‘지혜의숲’ 2층 인쇄학교로 나누어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본관에서는 고은 시인의 시를 가지고 자신만의 시집을 만들어 보는 ‘내가 만든 고은 시집’, 꿈에 관한 명언으로 나만의 책을 만드는 ‘나의 꿈 나의 책’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활판인쇄학교에서도 활자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아내, 박재동 화백이 그린 윤동주·고은 시인 캐리커처와 명문장 아래 함께 조판·인쇄하는 ‘나를 찾는 문선 활판인쇄 교실’, 이솝우화를 책으로 만들어 보는 ‘내가 만든 이솝우화집’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방현석 아시아 주간(중앙대 교수)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자인쇄 기록을 지닌 나라임에도 활자가 지닌 고유한 느낌이 사라져 가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껴 박물관을 만들게 됐다”며 “어지러운 속도에 저항하는 활판 인쇄 방식을 통해 문학과 문장에 대한 감각을 되살리고 복원하는 공간으로 박물관이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