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 개관 기념 간담회에서 방현석 계간 아시아 주간(왼쪽에서 세번째)이 활판인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
"한 달 정도 뒤면 책들은 서점에서 밀려나 반품되는데 그런 짧은 수명의 책은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활판인쇄박물관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방현석 '계간 아시아' 주간은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 개관 기념 간담회에서 "현재 출판계의 빠른 속도에 굴복하지 않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계간 아시아를 펴내는 아시아 출판사는 금속활자 등 활판인쇄의 종주국이지만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거의 사라져버린 우리나라 활판인쇄 장비와 기술, 인쇄물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을 출판도시 파주에 최근 개관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방현석 주간은 "너무 빠른 속도로 바뀌는 사회에서 문학도 그 속성을 따라가고 있는데 저는 그 속도를 쫓아가지 않기로 작정했다"면서 "책도 잘 팔리지 않으면 서점에서 창고로 옮겨가고 처분되는데 그런 책이 아닌 평생 소장하고 싶은 책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컴퓨터로 제작되는 책과 달리 활판인쇄는 책에 필요한 문자 하나하나를 납으로 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식자공이 짜맞추고 한지에 인쇄한다. 인쇄박물관은 마지막 활자공장인 전주 제일인쇄로부터 활자와 자모, 주조기 등을 넘겨받았다. 또 대구의 봉진인쇄에서는 활판인쇄장비와 절단기 등을 받아 활판인쇄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갖췄다. 제일인쇄 등에서 모은 활자들은 무게로만 17톤, 활자 수로는 3000만개가 넘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장비들을 이용해 제작한 책 '시를 새기다'도 선보였다. 한국 대표시 16편을 모은 이 책은 4명의 장인들이 없는 납활자를 새로 만들고, 글자를 뽑고, 식자하고, 인쇄하는 약 한달의 작업과정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종이도 일반종이 보다 5배 정도 비싼 한지를 사용했고 5군데 구멍을 뚫어 묶는 수작업을 통해 제본했다.
동석한 정흥택 활판 인쇄장인은 "16살에 활판인쇄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면서 "활판은 제일 작은 명함용, 큰 것으로는 신문 제목으로 쓰는 것, 이렇게 글자 하나하나마다 7가지 크기가 있다"면서 활판인쇄의 고충을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컴퓨터로 찍은 책은 10년만 되도 인쇄한 게 날아가는데 이렇게 만든 책은 1000년을 간다"며 활판인쇄의 가치를 강조했다.
출판도시인쇄박물관은 활판인쇄 장비와 기술을 전시할 뿐 아니라 초·중·고생 및 일반인을 위한 견학과 체험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기본 프로그램을 포함한 입장료는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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