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라운 한지 위에 정성껏 새겨넣었다. 잉크를 입힌 것이 아닌, 활자를 찍어 눌렀다. 윤동주·한용운·김소월·이상·이육사·김영랑… 천재 시인들의 명작을 품은 종이 한장 한장, 활자가 남긴 정겨운 요철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전통 활판인쇄술로 펴낸 한국 대표 시선집 ‘시를 새기다’(아시아)다.
이번 책은 출판사 아시아에서 파주에 세운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의 11월 29일 개관을 기념해 펴낸 첫 작품이다. 박물관은 금속활자를 만드는 주조기, 대구중공업에서 제작한 국산 활판인쇄기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인쇄·재단·제본기 등을 갖췄다. 보유 활자만 3,267만 8,000개. 그 무게는 17톤이다. 이들 활자와 주조기는 우리나라 마지막 활자제조공장이자 판매점인 48년 역사의 전주 제일활자에서 옮겨왔다. 활판인쇄장비와 절단기 등은 45년 된 대구 봉진인쇄소에서 가져왔다. 활자와 각종 기계는 모두 작동 가능한 것들로, 박물관 방문객이 직접 기계를 돌려 인쇄를 한 뒤 제본으로 책을 만들어볼 수 있다. 박물관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방현석 아시아 주간은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고 책의 수명이라는 것도 한 달 뒤면 다 하는 상황에서 ‘이 시대에 문학을 하는 것이 가망이 있는 것일까’를 고민했다”며 “‘속도에 굴복하지 않고 책을 쓰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활판인쇄박물관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명색이 활판인쇄 종주국인 한국에서 ‘발전의 속도’를 따라 이 유산을 없애버린 것 같다는 아쉬움에 “해보면 재밌겠다”는 의욕이 생겼다고. 국내 유일의 현역 주조공 정흥택 장인과 김진수 인쇄 장인도 합류해 힘을 보탰다. “컴퓨터와 달리 활자 인쇄본은 1,000년도 더 보존할 수 있다”는 게 장인들의 자부심 섞인 설명이다.
이번 책은 출판사 아시아에서 파주에 세운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의 11월 29일 개관을 기념해 펴낸 첫 작품이다. 박물관은 금속활자를 만드는 주조기, 대구중공업에서 제작한 국산 활판인쇄기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인쇄·재단·제본기 등을 갖췄다. 보유 활자만 3,267만 8,000개. 그 무게는 17톤이다. 이들 활자와 주조기는 우리나라 마지막 활자제조공장이자 판매점인 48년 역사의 전주 제일활자에서 옮겨왔다. 활판인쇄장비와 절단기 등은 45년 된 대구 봉진인쇄소에서 가져왔다. 활자와 각종 기계는 모두 작동 가능한 것들로, 박물관 방문객이 직접 기계를 돌려 인쇄를 한 뒤 제본으로 책을 만들어볼 수 있다. 박물관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방현석 아시아 주간은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고 책의 수명이라는 것도 한 달 뒤면 다 하는 상황에서 ‘이 시대에 문학을 하는 것이 가망이 있는 것일까’를 고민했다”며 “‘속도에 굴복하지 않고 책을 쓰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활판인쇄박물관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명색이 활판인쇄 종주국인 한국에서 ‘발전의 속도’를 따라 이 유산을 없애버린 것 같다는 아쉬움에 “해보면 재밌겠다”는 의욕이 생겼다고. 국내 유일의 현역 주조공 정흥택 장인과 김진수 인쇄 장인도 합류해 힘을 보탰다. “컴퓨터와 달리 활자 인쇄본은 1,000년도 더 보존할 수 있다”는 게 장인들의 자부심 섞인 설명이다.
이육사의 ‘광야’ 영문(왼쪽)과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박물관과 관내 활판인쇄학교에서는 관련 장비를 전시하면서 견학·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시집 및 견학프로그램 정보는 홈페이지(www.letterpressmuseum.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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