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4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제스테너(David Gestetner)의 삶은 사무용 복사기의 역사 그 자체다. 그는 13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을 거쳐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회사에 들어가 원시적인 복사기 헥토그라피를 만들었다. 1979년 다시 런던으로 이주한 그는 두 해 뒤, 27세의 나이에 톱니바퀴식 철필로 원지를 긁어 등사하는 사이클로스타일(Cyclostyle)을 발명했다. 어린아이들이 날리는 연을 만들 때 사용하는 왁스 코팅지가 훌륭한 등사원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그의 발명은 엄청난 사무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등사기는 같은 문서를 여러 부 만들려면 일일이 베껴야 하는 사무원의 수고를 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고위경영자에게 엄청난 시간을 벌어주었다. 예를 들면 30명이 관계된 일에 대한 합의서를 20장 베껴 썼을 때까지는 제대로 옮겨 썼는지 30명이 30장을 일일이 다 읽고 대조해야 했다. 그러나 등사기로 찍으면서부터 30명 모두 단 한 장씩만 확인하면 되었다. 제스테너사의 스텐실 복사기는 3종류의 평면 등사기 시리즈를 개발한 후, ‘모델3’부터 로타리식 등사기를 출시했다. 1890년, 제스테너는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로타리식 등사기로 한 시간에 1,200장을 등사할 수 있다고 광고를 했다. 당시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이었다. 제스테너는 1939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세운 회사는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이어가며 발전을 거듭했다. 그의 아들에 이어 회사를 경영한 며느리 헨리 제스테너는 문화사업과 자선사업에 아낌없는 투자로 사회의 존경을 받았다. 1881년부터 시작된 제스테너사의 등사기 시리즈는 1986년 출시한 ‘모델4130’을 끝으로 영원히 막을 내렸다. 105년 동안 제스테너사가 선보인 등사기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사랑받은 것은 ‘모델 66’이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레이몬드 로우 (Raymond Lowe)의 작품인 ‘모델 66’번을 가볍고 경제적인 모델로 개량한 후속 작품이 ‘모델120’이다. 등사기의 생산은 종말을 고했지만 제스테너사는 사무용 제품과 인쇄기를 개발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1990년에 이르러서는 당시 유엔 회원국 숫자보다도 많은 153 개국에서 사업을 펼쳤다. 1996년에는 일본 기업 리코와 합병하여 ‘NRG 그룹 PLC’의 이름으로 주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으로, 톱니바퀴식 철필로 원지를 긁는 등사기법을 칭하기도 했다. 이것은 영어로 Cyclostyle 이라고도 불린다. Gestetner가 1881년 세운 동명의 회사는 현재 소유주와 이름이 바뀌어 NRG Group PLC이라는 그룹으로 프린터, 팩스 장비 등을 파는 회사로서 운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