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종주국'위상, 활판인쇄박물관으로 이어간다(머니 투데이)
세계 최초의 활판 인쇄국가로서의 대한민국 인쇄술 위상이 진보된 컴퓨터 기술에 밀려 떨어지는 시점에서 활판인쇄의 모든 것을 갖춘 인쇄박물관이 새로 태어났다. 29일 파주에 개관한 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은 활판인쇄 과정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시설을 갖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48년간 전주에서 활자를 생산, 판매해온 제일활자와 45년간 대구에서 활판인쇄기를 가공해온 봉진인쇄의 장비를 출판사 아시아출판이 인수해 파주로 옮겨온 것이다. 방현석 아시아출판 대표는 이날 개관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이 속도로 평가받는 시대에 우리 삶 속의 문학은 속도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작업은 그런 면에서 문학이 수행해 온 특별한 기능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납으로 제작된 활자는 그 무게만 17톤이 넘고 수는 3267만 8000개에 달한다. 9년간 주조공이 만든 활자는 한국과 영어의 고딕과 명조체는 물론, 일본어, 로마자, 한자 해서체 등 거의 모든 규격의 문자를 포함한다.
방 대표는 “시집을 읽는 느낌을 화면에서 금세 뜨고 사라지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맡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들 수 있는 감성의 문제로 구현하고 싶었다”며 “글자 하나하나가 직접 인쇄방식이 아닌, 활자를 촘촘히 박아서 만든 방식이어서 인쇄 수명도 100년 이상 간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만든 책은 아마존을 통해 세계 시장에도 보급된다. 아시아출판은 1년에 3권씩 내는 걸 목표로, 2권은 고은 시인이 직접 꼽은 시 15편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활판인쇄박물관(파주출판도시 롯데아울렛 옆)이 인쇄 관련 장비를 전시하고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에 주력한다면, 활판인쇄학교(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2층)는 활판인쇄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연장비를 갖추고 있다. 관람객이 입장료 5000원을 내면 인쇄 기계를 직접 돌려 책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뿐만 아니라, 책 한 권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김고금평 danny@mt.co.kr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